서비스디자인은 충분히 시스테믹디자인(systemic design) 인가?
Namahan(브뤼셀) 시스테믹디자인워크숍 후기
정선희, 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왜 시스테믹 디자인인가?
2024년 11월 5,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Systemic design workshop>에 다녀왔다. 최근 지속가능, 순환경제, 지역문제해결 등의 과제들을 다루다 보니 정말 디자이너가 이런 주제, 복잡한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능력과 도구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할 예산, 기간, 클라이언트의 상황 등으로 충분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기 힘들거나 시스템적 관점으로 더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바로 솔루션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서 오는 어려움도 많았다. 서비스디자인에서 다루는 시스템맵보다 더 큰 관점의 시스템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중 “복잡한 시스템으로 향하는 디자인 여정 Design journeys to complex systems”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systemic design”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언제적 시스템 디자인이야?”였다. 대학에서 디자인 방법론을 배울 때 그 기초가 시스템디자인에서 시작되었다. 50,60년대에 시작된 시스템 디자인이 물론 디자인 방법론의 논리적인 기초가 되긴 했겠지만, 그 때 기억에도 너무 복잡하고 이론적이라 디자이너가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었다. 최근에야 다시 design thinking의 단점을 보완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입장에서 지난 몇 년 간 유럽을 중심으로 “systemic design”에 대한 연구가 디자인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테믹디자인의 등장
지난 십 수년 간 디자인씽킹과 서비스디자인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사회적인 문제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 세상의 큰 문제(Big Problem)를 디자이너가 다룰 수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최근의 일련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주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조선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에치오 만치니의 이야기를 보라. 디자인의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고 한다.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인간중심 디자인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덴마크 디자인센터장을 지낸 크리스티안 베이슨(세계 최초의 정책 디자인랩 덴마크 Design Lab (2002년~2018)의 수장이기도 했음)은 2023년에 쓴 책 "확장: 디자인으로 미래를 펼치다"에서 “우리는 문제와 도전이 확장되고 가속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디자인이 이러한 도전에 맞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디자인 분야에서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디자이너들은 다른 학문 분야와 협력하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배우고 이론적 사고를 추가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Christian Bason Interview 영상
도널드 노먼은 “Design X” 라는 개념으로 디자이너 다루어야 하는 복잡한 사회 기술적 시스템 문제를 위해 시스템사고와 디자인사고를 접목하는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Norman, 2016)
현장에서 “정말 디자이너들이 이런 확장적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디자인 교육은 이런 디자인의 확장을 반영하고 있는가?”란 질문을 하고 있을 때에 발견한 책이 “design journeys through complex systems”이었다.
design journeys through complex systems
이 책은 현재, 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systemic design을 연구하며 'systemic design association'을 공동 설립한 Peter Jones 교수 (캐나다 OCAD 대학교)와 브뤼쉘의 디자인 컨설팅회사 Namhan의 Kristel VanAel이 공동 제작한 책으로 5년 여의 테스트를 거쳐서 2022년 출판되었다.
Kristel과 Namhan의 직원들이 실제 도구 개발 부분을 맡아서 작업한 책이라, 이론적 배경 외에는 거의 Kristel이 작업했다고 할 수 있어서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재 1년에 2번 Namahan에서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이론서라기 보다는 실제적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이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시스템사고에 대한 책을 몇 권 살펴보았는데 대체로 너무 이론적이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책들로는 쉽게 입문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 책은 그래도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실무 디자이너가 집필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워크숍을 진행한다기에 참석해 보기로 했다.
Systemic design에 대해 별로 아는 것 없이 참여한 워크숍이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워크숍 리뷰를 쓰려면 나 스스로도 배경지식과 이해가 필요했기에 자료 조사를 좀 더 해야 했고, 그 이유로 서론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다. 먼저 시스템사고에 대한 간단한 역사와 이해, systemic design에 정리한 후 이 워크숍의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비스디자인은 시스테믹디자인인가?
워크숍을 다녀온 후, 11월 말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한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SDN)의 대표, 비르깃 마거의 세미나가 있었다. 왜 이제껏 systemic design에 대해서 몰랐을까 하는 마음으로 “최근 서비스디자인을 넘어서서 systemic design에 대한 도구와 방법론들이 연구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전망과 현재 서비스디자인과의 접점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서비스디자인계에서 시스테믹 디자인이 어느 정도 전파되고 있는지, 얼마나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이 질문에 대한 비르깃 마거 대표의 답변은 의외였다. “제 생각에 시스템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은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디자인은 항상 시스템 디자인입니다. 실제로 시스템 디자인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론들은 서비스디자인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시스템 맵이라든지 인과 루프 다이어그램(causal loop)을 가르칩니다. 모든 서비스디자이너는 시스템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고, '복잡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 당황스러운 이 말에 대해 내가 해석할 수 있는 3가지 방향은
1) 유럽의 서비스디자인 교육은 이미 시스테믹 디자인을 포함하고 있다. 아니면 퀼른국제디자인대학(KSID 비르깃 마거는 SDN의 대표이자 KSID에서 세계 최초로 서비스디자인 전공을 만들고 운영해 온 교수이기도 하다.)이 다른 것인가 한국과 유럽의 서비스디자인 교육이 다른 것일까. 마거 교수는 시스테믹 디자인의 핵심적인 방법론인 causal loof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시스테믹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방법론이 'causal loop'인 것을 알았고,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는데 독일에서는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놀랍다.
2) 너무 쉽게 서비스디자인(시스템을 다루고 있기에)이 시스테믹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 꽤 유명한 시각디자인과 교수님과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각 디자인은 원래 서비스디자인이에요. 원래 사용자 조사하고 다 리서치해서 디자인해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던 것과 비슷한 것일까. 물론 서비스디자인은 시스템적 관점을 다룬다. 이 세상에 시스템적이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나도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시스템 맵을 그리고 시스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systemic design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3) 최신의 동향이라 아직 서비스디자인계에서 잘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 systemic design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아니 안다고 생각한 “시스템적”인 어프로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systemic design은 좀 더 적극적으로 융합 학문의 하나인 “시스템씽킹”을 디자인에 강력하게 접목하고 있다.
Systemic design의 짧은 역사
먼저 시스템사고 (시스템씽킹)의 기원과 발전을 살펴보자. 1930년대 생물학적 관점의 일반 시스템이론, 1940년대 사이버네틱스 이론의 발전으로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적 틀이 만들어졌다. 1950년대 GM의 슬론(Sloan)회장이 막대한 금액을 MIT에 기부해 MIT 슬론 경영대학원이 만들어지면서 경영과 공학의 접목이 이루어졌다. MIT의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가 1961년에 시스템 다이내믹스 이론을 발표하면서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방법을 개발하였고, 도시 계획, 경제 시스템 등의 연구에서 활용되었다.
이후 복잡한 조직관리에 시스템 씽킹을 통합하려던 시도가 4단계로 진행되었다. 1960년대는 운영 연구 접근법으로, 1980년대는 러셀 야코프(시스템사고의 대표적 인물)와 IBM이 시스템사고의 리더로 부상했고, 1990년대 피터 센게의 책,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 이 시스템사고와 경영 혁명을 이끌었다. 시스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스템 리더십은 더 큰 시스템을 인식하고 참여하며, 문제의 증상만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전체 시스템의 건강을 위한 협업을 추구하고 시스템 내 자신의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각적인 문제해결에서 벗어나 미래를 공동 창조하는 방향으로 집단적 초점을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은 퍼실리테이션 교육에서도 중요한 필독서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디자인계에서도 리처드 부캐넌 (Richard Buchanan)은 1990년대 초반 제 4차 디자인 질서 개념을 제시하며, 디자인이 전통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을 넘어 사회적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2000년대는 통합 방법론의 부상하였고 참여 중심의 방법론, 디자인사고를 추구하는 학교들이 등장했다.
시스템사고는 강력한 이론 체계를 구축하면서 80, 90년대 큰 각광을 받았으나 그 뒤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시스템사고가 지나치게 많은 개념과 연결성을 요구했고, 접근 방식이 너무 정규화되어 있어, 새지식을 점진적으로 배우고 실험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충돌했고 학습이 어려웠다”는 평이 많다. 현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지만 이론적 완성도를 너무 강조해서 실용성이 떨어졌고 그 시스템을 개선을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서 시스템사고를 디자인사고와 결합의 요구가 나타났다. Herbert Simon이 1968년에 디자인을 “기존 상황을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했듯, 디자이너들은 제품, 서비스, 이벤트, 건물 등 존재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원하는 상태로 변화시키기 위해 생각하고 창조하기 때문이다.
Systemic design은 전통적인 시스템 사고와 디자인 사고의 결합을 통해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야로 발전해 왔다.
시스템사고와 디자인사고의 공통점으로는
1)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2) 단순한 지표와 계산을 넘어서기
3) 이상적인 옵션 고려 및 시나리오 탐구
4) 문제를 재구성하기 위해 경계를 이동하기
5) 반복적인 접근법
6) 다이어그램과 풍부한 그림 사용
7) 더 나은 대안을 끊임없이 탐구하기
를 들고 있다.
시스테믹디자인은 2012년부터 학자와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시작된 'Relating Systems Thinking and Design (RSD)' 컨퍼런스를 통해 지식을 교환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Peter Jones와 Birger Sevaldson이 컨퍼런스를 주도하며, 중요한 시스테믹 디자인 연구의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후르겐 라스무센(Gorgen Rasmussen)과 피터 존스 (Peter Jones)를 중심으로 'Systemic design association'이 형성되었다.
Namahan Systemic Design 워크숍
워크숍은 2024년 11월 5, 6일 종일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2개의 별개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번 워크숍 참여자는 모두 1일차 2일차를 연계과정으로 신청했다. 1일차 시스템맵핑은 시스테믹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인과 루프 다이어그램 실습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전체 7단계의 시스테믹 디자인 프로세스 중 1, 2, 3단계를 다룬다.
오후는 3단계의 인과루프 다이어그램 실습으로 진행되었다. 2일차의 시스테믹디자인은 4, 5, 6, 7단계를 진행하며 이론과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1일차 [시스템 맵핑]
목적 : 시스템에 대한 청취와 시스템 매핑을 깊이 탐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훈련 과정
설명: 시스템 맵을 작성하는 것은 시스템적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 복잡한 시스템 내의 복잡한 관계, 상호 의존성, 피드백 루프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이러한 전체적인 관점은 작용하는 역학을 이해하고, 개입의 잠재적 지렛대 지점을 식별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스템 전체를 매핑함으로써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시스템적 행동에 대한 통찰을 얻고,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함을 개입할 수 있게 한다.
핵심 내용 및 실습 도구 (전체 툴킷 도구 첨부)
- 시스템적 관점에서 시스템 내의 행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스템을 청취하는 방법- 다양한 형식의 시스템맵
- 인과 루프 다이어그램(CLD)을 준비하고 작성하며 다듬는 방법
- 시스템적 디자인 과정의 후속 단계에서 시스템맵을 활용하는 방법
- 시스템 아키타입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2일차 [시스테믹 디자인]
목적 : 디자이너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툴킷을 실습해보는 과정을 통해 툴 사용법 숙달
설명 : 시스템적 디자인은 시스템 사고와 디자인 사고의 개념을 결합하여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시스템적 디자인은 현재의 문제 상황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일련의 솔루션, 또는"개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핵심내용
- 시스템적 디자인이 무엇이며 어떤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이해
-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
- 사례나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과 중요한 변수를 인식
- 시스템의 지렛대 포인트를 식별- 개입 전략을 개발
- 전략의 구현
Namahan Studio (브뤼셀)
브뤼셀에 위치한 나만스튜디오는 옛 왕실 인쇄소를 개조한 공간으로 중정을 워크숍과 행사 운영하기 좋은 층고 높은 공간으로 꾸며 둔 디자인기업이다. 워크숍을 위한 공간에는 세미나와 팀작업을 위해 책상과 벽면을 구성해두고 있었다.
Systemic Design Process (7단계)
1) 시스템 프레이밍하기 (Framing the System) 시스템의 범위와 경계를 설정
2) 시스템 듣기 (Listening to the System) 시스템의 행동을 관찰하는 단계
3) 시스템 이해하기 (Understanding the System) 시스템의 행동을 만드는 힘을 탐구 (1,2단계에서 얻은 통찰을 모으고 팀 학습을 시각적 설명으로 통합하여시스템분석을 완료)
4) 원하는 미래 구상하기 (Envisioning Desired Futures) 시스템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최선의 미래를 구체화, 비전에서 창출된 가치를 매핑
5) 가능성 공간 탐구하기 (Exploring the Possibility Space) 시스템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개입이 무엇인지 탐구
6) 변화 프로세스 계획하기 (Planning the change Process) 추상적인 시스템모델에서 구체적인 조직계획으로 이동
7) 전환 촉진하기 (Fostering the Transition) 변화 개인과 전략을 실행하여 시스템 전환을 위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강사 : Kristel Van Ael
Kristel Van Ael은 산업 디자이너 출신으로 Namahn의 매니징 파트너이다. Kristel은 새로운 방법과 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서비스디자인 툴킷( www.servicedesigntoolkit.org )과 시스템적 디자인툴킷(www.systemicdesigntoolkit.org)의 주저자이다. 시스템적 디자인 툴킷의 경우, Kristel은 shiftN의 Philippe Vanden broeck, 토론토의 MaRS 솔루션랩의 Alex Ryan, 국제 시스템적 디자인 협회를 운영하는 Peter Jones와 협력하여 개발했다. 이번 워크숍의 교재인 "Design Journeys through ComplexSystems"의 공동 저자이다. 앤트워프 대학교(UA 제품 개발)에서 제품-서비스-시스템 디자인의 공동 강사이자 시스테믹 디자인의 주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의에서 어떻게 Kristel이 systemic design을 연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는데,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10년 가까이 연구해 본 모습이 흥미로왔다. 아래는 워크숍의 주 강사인 Kristel의 이야기다.
“Namahan은 1987년 UX회사로, 사용자중심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시작했다. HCI초창기 시절 인터페이스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대한 문서 작성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인터넷이 등장하고 점점 IA(정보 설계)가 중요해졌다. 15년 전부터 인터페이스 뿐만이 아니라 서비스 전체를 조망하면서 사용자의 터치포인트를 살펴보며 사용자와 서비스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서비스디자인을 다루게 되었다. 서비스디자인 툴킷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관점, 서비스디자인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 안트베르펜 대학에서 PSS (Product-Service-System)수업을 맡게 되었다. 서비스디자인에 대해서는 가르치고 있었지만, 시스템디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업을 위해 2년간 열심히 책과 논문을 찾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시스템디자인의 원리들을 디자인관점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Systemic design association이 매년 진행하는 RDS 컨퍼런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2개의 도구를 발표했다. 이 학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책을 써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왜냐하면 시스템사고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너무 학문적이었고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정리된 연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Koen Peters는 언어 전공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어와 영어 석사학위 취득하였고 Namahn의 수석 IA디자이너로 정보 구조화와 혼란스러운 콘텐츠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벨기에 및 플랑드르 정부 등 정부 기관이나 대형 조직을 위한 웹 및 인트라넷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시스템적 디자인 툴킷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다. 현재 그는 정보 아키텍처(IA)와 시스템적 디자인 분야 간의 연결점과 공통점을 탐구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트레이너로, Namahn에서 IA 및 인터랙션 디자인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시스템적 디자인 교육 강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워크숍 어젠다
실습은 11명의 인원이 3개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Fast Fashion을 워크숍 주제로 삼아서 각 팀별, Rich context, Interview, causal loop, value proposition, Three Horizon, intervention strategy, outcome map, paradox card, contextual variation 도구를 실습했다.
다시 말하지만 causal loop가 가장 핵심적인 도구이며, 이것을 익히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스터디 모임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양한 배경의 워크숍 참여자
시스테믹 디자인을 수행하는 방법론이 시스템씽킹, 디자인씽킹, 사회학, 인지공한, 경영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래되기에, 이론에서는 Paradox theory, theory of change 등과 같은 이론들이 중간 중간 다루어졌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워크숍 참여자의 다양성을 볼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왔다. 새로운 시스테믹디자인을 통해, 복잡한 시스템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해결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워크숍이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온 국제협력 개발 관련 컨설팅회사 대표 Ami : 파푸아뉴기니에서 막 돌아왔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고 촘촘하게 다시 엮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
라트비아 정부의 innovation lab의 외부 컨설턴트로 일하는 Liene : 광고 커뮤니케이션 배경으로 디자인 씽킹 적용. 정부 혁신 과제 수행, 보건, 교육,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 University college London 도시계획과의 교수와 연구원 Joanna & Lisa : 지속 가능 시스템 연구. 런던 외곽 델타 지역의 순환 바이오 경제를 창출하는 프로젝트 진행 중. 식량생산, 유기 폐기물 자원 처리, 생태계 재생을 포함해서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 고민 중이다.
프랑스 EDHEC 비즈니스스쿨 교수, Camille : 조직 관련 연구를 하고 있고, 동료가 이 워크숍을 추천. 파라독스 이론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시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네델란드 HZ 대학 교육설계 & 퍼실리테이터 Marjoleijn : 사회 혁신 전문가.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성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 대화를 이끄는 도구로서 시스테믹디자인에 접근하고 있다.
벨기에 농민조합 전략자문위원 Stefaan : 조직의 장기적인 비전과 파트너쉽을 담당. 조직내 시스템적 사고를 구현해 내려고 노력 중이다.
벨기에 IT 컨설팅 회사 서비스PM Kris : 벨기에 전략 컨설팅 회사의 경험전략 & 서비스디자인 전문가. Kathy : 1년 전 시스테믹디자인을 온라인 강의로 들음, 서비스디자이너로서 복잡한 프로젝트를 마주할 때 시스테믹디자인을 적용함. 시스템 맵핑을 배우기 위해 참석했다.
스위스 철도청(SBB)의 UX디자이너 Karin : 2년 전 Kristel이 SBB에 와서 워크숍을 했을 때 처음 시스테믹디자인을 접하게 되면서 이거다 싶었다. 지금은 회사 내에서 시스테믹디자인을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철도시스템은 매우 복잡한데 회사 내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컨설팅, 경영, 비즈니스, UX, 서비스디자인, 국제개발, 정부정책, 도시계획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이 다루는 복잡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해 보려 함께 모였다. 우리가 다루는 대부분의 과제들이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스테믹 디자인의 파일럿 워크숍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배경에 따라, 추상적인 이론을 기본으로 한 도구를 더 쉽게 생각하고, 사용자중심의 도구를 더 어려워 하기도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스위스 철도청의 Karin은 2년 된 꼬질꼬질해진 책을 가지고 왔다. UX디자이너, 서비스디자이너로서 시스테믹디자인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보였다. 또한 SBB 내부에서 프로젝트 TF팀을 만들어 직접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굉장한 열정으로, 사명감으로 시스테믹디자인을 조직내에 정착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마 1,2 년 후에서 스위스 철도청의 케이스 스터디가 나올 것 같다.
마무리하며
먼저 systemic design에 접근하려면, 용어의 정의부터 필요하다. 'systemic design = design thinking + system thinking'이다. 이 말은 system thinking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르깃 마거 교수가 이야기했듯 서비스디자인은 원래부터 시스템적인 접근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시스템 사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동의한다. 그렇다고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학문으로서 시스템씽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다루는 서비스디자인이 충분히 시스테믹디자인하지 않다는 인식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시스템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 조금 의기소침해졌다면, 시스테믹 디자인을 통해 다시 한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디자이너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제품디자인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기 위해 적어도 상품기획자와 개발자들과 협의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면 이제 시스템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공자들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지식과 대화의 도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막막하던 것에서 조금은 학습의 가능성, 나아갈 방향의 가능성을 찾아낸 정도라고 할까.
시스테믹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학습 곡선이 필요하다. 이 책과 워크숍으로 그래도 속도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Kristel은 글로벌 시스테믹디자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온라인 수업도 알려주었다. 시스테믹 디자인은 아직 젊고 발전 중인 분야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 함께 모여 학습한다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관심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참고자료 :
Prof.Alexis Jacoby 인터뷰
안트베르펜대학 시스테믹디자인 담당교수
안트베르펜대학 (University of Antwerpen)은 Kristel이 systemic design을 처음 가르치기 시작한 대학이다. 시스테믹디자인에 대한 정보가 많지가 않았고, 미리 연락하거나 일정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무작정Antwerpen으로 향했다. 수소문해서 찾아간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서 아무나 붙잡고 디자인과 교수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처음 들어간 교수실이 Prof.Alexis Jacoby다. 신기하게도 Antwerp Systemic Design Lab을 운영하면서 Kristel Van Ael과 협력하는 바로 그 교수였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Antwerp Systemic Design Lab 운영
시스테믹디자인 박사급 연구원이 4명 있었다. 시스테믹 디자인은 학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하면 학습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현재 주로 순환경제와 사회문제해결 관련된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가능한 더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2023년에는 벨기에의 교사 부족 문제를 다뤘었다. 벨기에는 교사라는 직업이 인기가 없고 교사가 부족하다. 보상체계, 임금, 학교구조, 학교의 재정 지원 등... →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해하는 것, 어떤 요인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시스템 매핑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연구 → change theory, 결과기반 사고를 사용 (interverntion strategy) 개입 전략으로 정의할 수 있다.
Product development 학과
제품디자인 중심의 학과다. 5년 프로그램 운영, 3년 +2년 / 석사 2년 차에 학생 스스로 문제 정의한 프로젝트를 1년 내내 수행한다. 학생들은 서비스디자인 과제를 기반으로 시스템적 디자인 방법을 결합하여 진행하는 편이다. 프로젝트 운영시에는 결과물이 시스테믹디자인이거나 때로는 서비스디자인이 결합된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스테믹디자인의 의의
아직 1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적 사고(system thinking)에 디자인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한다. 시스템적인 문제는 디자이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사고를 적용해서 솔루션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디자이너가 줄 수 있는 큰 장점은 종합하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석에 갇혀 솔루션 사고의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여 솔루션을 생각하게 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스테믹 디자인 분야를 디자이너가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유리하다고 믿는다.
추후 계획
내년에 대학원 과정 시작할 예정이다. 1년 과정이다. 서비스디자인 + 시스테믹디자인의 핵심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변화를 이끄는 디자인을 학습한다.
매년 10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학회가 열린다. 새로운 시스테믹 디자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에 좋다. 내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된다. 학습하기 좋은 모임이다. 시스테믹디자인협회 참여를 통한 글로벌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Systemic Design 관련 주요 기관 및 인물]
1. Systemic Design Association : SDA는 디자인과 시스템 사고 간의 통합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적, 실무적 필요성에서 출발. 이 조직은 시스템적 접근 방식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디자이너, 연구자, 실무자들을 위한 네트워크로 운영되고 있음. 2018년 설립됨.
2. Relating Systems Thinking and Design (RSD) : RSD 학회는 2012년에 노르웨이의 오슬로 건축 및 디자인 대학(AHO)에서 처음 개최됨. 이 학회는 시스템 사고와 디자인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매년 다양한 학술 논문과 프로젝트가 발표되는 자리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SDA가 공식적으로 조직화 됨.
3. 노르웨이 오슬로 건축 디자인 대학교(AHO) : Birger Sevaldson이 Systems Oriented Design (SOD)프로그램을 운영함.
4. 캐나다 OCAD 대학교 : Peter Jones 부교수는 SDA의 공동 설립자로, 시스템적 디자인 교육과 연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
5. Namahn과 shiftN : 벨기에의 디자인 에이전시 이 조직들은 Systemic Design Toolkit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했으며, 이후 Peter Jones와 Alex Ryan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함.
6. 캐나다 MaRS Discovery District : Alex Ryan이 시스템적 디자인 도구와 실천 방법 개발에 기여함.
7. Design Council (영국) : 2021년부터 시스템적 디자인 체계를 배포하며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 시스템적 디자인을 통합함. 2024년 systemic design toolkit을 제작하고 배포함.
Reference
링크 (웹사이트 참고_도구 다운로드)
https://www.systemicdesigntoolkit.org/
https://www.designcouncil.org.uk/our-resources/systemic-design-framework/
https://medium.com/design-council/developing-our-new-systemic-design-framework-e0f74fe118f7
링크 (논문 또는 아티클)
van der Bijl-Brouwer, M. (2023.Aug.18). Systems thinking design. Medium.
https://medium.com/@miekevanderbijl/systems-thinking-design-72209d534c4c
Fred Collopy. (2009, June 10). Lessons learned: Why failure & systems thinking should inform futuredesign thinking. Fast Company.
Norman, D. A., & Stappers, P. J. (2015). DesignX: Complex sociotechnical systems.
She Ji: TheJournal of Design, Economics, and Innovation, 1(2), 83-106.
https://doi.org/10.1016/j.sheji.2016.01.002
https://servicedesign.tistory.com/533#gsc.tab=0
첨부 : 1) 책 부분 발췌본 (영문) 2) 책 부분 발췌본 (한글)_ChatGPT 4o 번역본 3) 워크숍을 위한 도구 tool (영어)
글 : 정선희
에스큐브디자인랩(S³ Design Lab)의 대표로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 부회장과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 석사를,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 학사를 취득한 그는 디자인, 서비스혁신, 그리고 글로벌 UI/UX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삼성전자와 Proximity Designs 등 국내외 주요 기업과 협업하며, 다수의 글로벌 디자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현재 동명대 특임교수로 재직하며 차세대 디자이너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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