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4일, 도쿄 우에노에 위치한 도쿄문화회관[Tokyo Bunka Hall]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들을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음악을 체험하는 특별한 공연 「음악을 보고, 영상을 듣는 온라인 콘서트」가 라이브로 스트리밍되었다. 이 공연은 청각장애 유무를 넘어선 감각적 연결을 목표로, 빛과 진동, 움직임과 영상이라는 다양한 매체를 총동원해 새로운 ‘음악의 형태’를 제시했다.
@公益財団法人東京都歴史文化財団 東京文化会館
모두를 위한 공연
2025년은 국제 농인 스포츠 대회인 데플림픽(Deaflympics) 발족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11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도쿄 2025 데플림픽'을 앞두고, 예술·문화 분야에서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도쿄와 도쿄문화회관이 주최하고, TOKYO 스마트 컬처 프로젝트[TOKYOスマート・カルチャー・プロジェクト]의 지원 아래 진행되었다.
그동안 도쿄문화회관은 수화 통역이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음악 워크숍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문화예술 간의 거리를 좁혀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에서, 빛과 진동으로 소리를 체감할 수 있는 타악기 「허그드럼(Hug Drum)」을 도입하고, 시각적·촉각적 요소를 강화한 한층 진보된 접근성을 시도한 공연이였다.
*「허그드럼(Hug Drum)」 : 허그드럼(Hug Drum)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도 음악을 체감할 수 있도록 개발된 타악기다. 2023년 봄, 소니 그룹의 디자인 부서 크리에이티브 센터가 인클루시브 디자인 관점에서 기획을 시작했으며, 어린이, 초보자, 청각장애인 등 누구나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연주 방식은 간단하다. 손바닥으로 드럼의 중심을 치면 저음과 함께 보라색 빛이, 가장자리를 치면 고음과 함께 초록색 빛이 발산된다. 음을 빛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소리를 듣지 않아도 리듬과 높낮이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연주는 보통 두 사람이 1대씩 악기를 가지고 마주 보고 진행되며, 상대방이 친 진동이 손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소리를 공유할 수 있다. 기계적 복잡함 없이 직관적인 구조로 설계되었고, 진동이라는 감각을 통해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과 감정 교류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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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각 중 ‘시각’이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인 건 분명하지만, ‘청각’은 또 다른 방식으로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음악은 ‘소리’를 매개로 감정과 리듬을 전달하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본 공연은 우리의 익숙한 감각의 질서를 변형시킨다. 보통 음악은 ‘듣고’ 영상은 ‘보는’것이라 지각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 경계를 흐리고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봄으로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들을 실험해 보는 장이였다.
2024년 11월 도교문화회관에서 시행된 첫 리허설 단계에서부터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참가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 "어떤 악기가 울리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 악기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더 뚜렷하게 표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반영해 악기의 각 음색별 모션 그래픽 디자인이 수정되었다. 또한 무대에서 수화 통역의 가독성, 연주 흐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설명방식과 인터페이스의 디자인등 세밀한 부분까지 조정이 이뤄졌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기술만으로는 진정한 인클루시브 체험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용자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듭하며, '함께 즐기고 싶다'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즐거움'을 어떻게 공유할지를 디자인하는 ‘과정’이야말로 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약 10차례에 걸린 사용자 테스트와 리허설, 전문가와의 의견 교환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여 나가 드디어, 3월 4일에 「음악을 보고, 영상을 듣는 온라인 콘서트」열렸다. 무대 뒤에는 허그드럼과 연동된 LED폴이 설치되어 연주의 리듬에 맞춰 색으로 연주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피아노, 플루트, 타악기의 음색은 각각의 특징을 반영한 모션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소리 대신 이미지로 악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리듬감를 전달하기 위한 시각적 음악언어로서의 빛의 장치도 설계되었다. 참가자들은 소리를 듣는 대신 빛과 진동을 단서 삼아 리듬을 감각하며 무릎을 치거나 손뼉을 치며 연주에 참여했다. 공연은 연주자에게만 열려 있지 않았고, 화면 너머의 관객 역시 같은 방식으로 리듬을 따라가며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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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이라는 단일 감각에 기대지 않을때, 음악은 몸 전체로 확장된다. 이번 공연은 감각의 결핍을 보완하는 장치를 넘어, 연주라는 행위를 다감각적 경험으로 재구성한 시도였다. ‘포용’이라는 기조 아래 청각외 더 많은 감각이 연결되었고, 그로부터 음악을 체험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연주된 것은 에마뉴엘 샤브리에의 '전원 모음곡' 중 ‘스케르초 왈츠’는 연주자와 참여자, 빛과 영상, 청각과 촉각이 긴밀히 얽힌 하나의 앙상블로 완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소리의 부재’를 넘어서 감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공감을 공유하는 새로운 예술적 체험으로 자리했다. 「음악을 보고, 영상을 듣는 온라인 콘서트」는 음악이라는 행위를 재정의하는 실험이었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리듬을 타고,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나누는 모습은, 앞으로의 공연 디자인이 어떻게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https://www.t-bunka.jp/stage/25792/
https://www.t-bunka.jp/stage/1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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